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미래 부모 세대가 될 대학생들의 인식은 저출산 현상의 중요한 원인을 설명해 주는 핵심 지표입니다. 과거와는 달리 대학생들은 결혼과 출산을 삶의 필수 경로로 보지 않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 개인 중심 가치관, 그리고 희미해진 경제적 비전이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대학생 세대가 느끼는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와 그 배경을 구체적으로 분석합니다.
미래불안 – 불확실한 사회 속 삶의 불안정성
오늘날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불확실성’입니다. 졸업 이후 취업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으며, 대기업·공기업 채용은 극소수에게만 열려 있고, 중소기업이나 계약직은 안정성과 처우 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현실입니다. 이러한 고용 환경 속에서 출산은 오히려 생존의 위협으로 인식됩니다.
또한, 주거 문제 역시 미래에 대한 불안을 키우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서울 및 수도권은 물론, 지방 광역시조차 집값과 전셋값은 청년이 감당하기 어렵고, 독립조차 쉽지 않습니다. 더 나아가, 출산 이후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다는 믿음을 갖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취업, 주거, 소득, 복지 등 삶의 기반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출산은 ‘현실적인 선택지’가 아닌 ‘감정적 환상’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대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비출산적 가치관을 형성하게 됩니다.
가치관 – 비혼·비출산이 자연스러운 세대
지금의 대학생 세대는 ‘결혼=당연’, ‘출산=의무’라는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비혼·비출산을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으로 인식하는 데 익숙합니다. SNS, 유튜브, 웹툰 등에서 ‘비혼 라이프스타일’이 하나의 트렌드로 소비되고 있고, 이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 문화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는 ‘내 삶의 만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개인주의적 가치관이 강하게 반영된 결과입니다. 가족이라는 집단보다 개인의 행복과 자유, 자기 계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 출산은 자율성을 침해하는 요소로 인식되곤 합니다.
특히 여성 대학생의 경우, ‘출산=경력단절’이라는 사회 구조적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큽니다. “왜 나만 희생해야 하지?”라는 인식은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이는 출산 가능성 자체를 낮추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대학생 세대는 출산을 ‘필수’가 아니라, 철저히 ‘선택’의 문제로 보며, 그 선택을 ‘하지 않겠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입니다.
경제비전 – 결혼·출산은 경제적 사치
출산에 대한 대학생들의 인식 변화는 경제적 현실 인식과도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결혼과 출산이 '사회적 통과의례'처럼 여겨졌지만, 지금은 ‘경제적 사치’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이들은 자녀 한 명을 양육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수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 부담이 장기적 재정 안정성을 위협한다고 느낍니다.
대학생들은 학자금 대출, 취업 준비비용, 자격증 시험, 인턴십 등 이미 졸업 전부터 다양한 지출을 경험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도 저축보다는 생존을 위한 지출에 몰두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자녀 양육에 필요한 경제적 여유를 기대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으로 여겨집니다.
더불어, 고물가·고금리·고주거비라는 삼중고 속에서 20대는 ‘결혼도 부담, 출산은 더 큰 부담’이라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경제적 비전의 부재는 출산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며, 저출산 흐름을 고착화시키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대학생들의 저출산 인식은 단지 유행이나 태도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와 환경에 대한 체계적인 반응입니다. 불안정한 미래, 개인 중심 가치관, 경제적 비전의 결여는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는 이제 출산을 장려할 것이 아니라, ‘출산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청년이 삶을 설계할 수 있는 여유와 신뢰를 제공할 때, 출산은 다시 고려 가능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